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중
곰이 산을 넘어오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평소와 같은 농담처럼 아내는 치매에 걸립니다.
생활은 점점 힘들어지고 결국 그랜트는 아내를 메도레이크 요양소에 맡기게 되죠
요양소 정책 상 한달간 면회가 금지되고 한달 후 그랜트는 아내 피오나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랜트를 알아보지 못하고 같은 요양소에 있는 오브리와 매우 가깝게 지냅니다.
그런 그들의 곁을 맴돌며 지켜보는 그랜트
어느 날 오브리는 요양소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피오나는 상실감에 밥도 먹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아내가 걱정된 그랜트는 오브리네 집에 찾아가 오브리 가족에게 피오나 면회를 부탁하게 되는데...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아내 피오나가 치매로 인해 메도레이크 요양소에 지내게 되고
그곳에서 피오나가 다른 남자 오브리와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변을 맴돌게 되는
남편 그랜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단편소설입니다.
치매는 참 무서운 병인 거 같습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거, 사람이 갑자기 변한다는거...
치매에 걸리면 어떤 느낌일까요
술을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긴 것처럼 블랙아웃이 일어나는걸까
아니면 지난날의 기억은 사라지고 갑자기 어릴 때의 내가 되는걸까...
그럼에도 치매에 걸려도 감정은 남아 있는 걸까요
피오나가 오브리와 어울리는 모습은 마치
젊은 시절 많은 여자와 어울렸던 남편에 대한 복수처럼 느껴집니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이죠.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산을 넘어오듯
지난 날의 과오가 결국 되돌아 오는 거 같습니다.
그랜트는 그래서인지 지금의 아내를 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치매에 걸린 피오나가 가면을 쓴 게 아닌지, 옛날 얘기들을 하는게 농담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생각하는데 이건 아내의 치매에 걸렸단 사실을 믿지 못하겠는 마음만이 아닌
자기의 그동안 행실에 대한 아내의 복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통해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그랜트는 지 버릇 개 못주는지 결국 마지막에 피오나를 위해서란
핑계를 대고 오브리의 아내와 바람을 피는 듯 한 묘사가 나옵니다.
물론 오브리의 아내가 먼저 수작(?)을 걸었지만 말이죠 ㅋㅋㅋㅋ
이 덕분인지 마지막에 그랜트는 오브리와 같이 피오나의 면회를 갑니다.
그런데 피오나는 그동안 함께 지냈던 오브리는 잊어버리고 남편을 알아보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왜 이 단편의 제목이 '곰이 산을 넘어오다' 인가를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의 시점은 늪지대의 얼음이 서서히 녹아가는 시점
즉 겨울잠을 자던 곰이 서서히 깨어나는 시점입니다.
지난 세월 겨우 봉합해놓았던 그 상처들이 동면에서 깬 곰이 다가오듯
다시금 터지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혹은 의도치 않았든...(이번엔 반대의 입장으로) 다시 다가온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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