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은 티내기

자기앞의 생 -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100009 2022. 6. 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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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의 저자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의 가명입니다.
로맹 가리는 1956년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으로 콩쿠르상을 수상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이후 작품들이 모두 평론가들의 극심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추후 여러 필명들을 사용하다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자기앞의 생' 을 발표했을 때

프랑스 문학계에서 엄청난 찬양을 받았다고 하네요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가 동일인물인지는 몰랐다고 합니다.

알고보면 중고 신인

로맹 가리의 사후에야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가 동일인물임이 밝혀지고

큰 소동이 일어나는데요(로맹을 비판한 평론가들의 충격은 둘째치고..ㅋㅋ)
그 이유는 콩구르 상은 일생에 한번만 받을 수 있는 상 임에도
로맹 가리는 결국 두 번이나 수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듣기로는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후보에 올랐을 때
수상을 포기하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에밀 아자르라는 신예 작가의 등장으로 인해 로맹 가리는 더욱 무시를 당했었다고 하니....

뭔가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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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은 악동 같지만 순수한 어린 주인공 모모를 통해
이 세상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독과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앞의 생의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책 초반에 하밀 할아버지에게 물어본
"사람은 사랑없이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주인공 모모는 이웃으로부터 관심을 받으며 생활하고
로자 아줌마가 아픈 후 주민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책 마지막엔 사랑해야 한다 라고 마무리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랑에 대한 상징은 우산 아르튀르를 들 수 있을 거 같네요
모모에게 있어 우산 아르튀르는 무가치한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필요가치가 충분한 것들만을 원하지만
무가치한 것들에 대해 가치를 부여한 느낌이었달까요..

 

그와 반대되게 이 책의 전반적인 상황과 분위기...즉 밑바닥 삶에 대한 상징은

모모의 몽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모는 나름 주위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죠 자신의 부모나 나이에 관해서요..
모모의 몽상은 그런 현실의 괴로움에 대한...그리고 현실에 대한 회피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살아가기 힘들 때 사람들은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린다거나
몽상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에 대한 강조였지 않나 생각되네요

 

저는 위에서 얘기한 '사랑'보다는 제목에도 나온 '생'이라는 부분에

좀 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제목이 자기앞의 '생'인만큼

'생'이라는 단어가 많이는 아니지만 종종 나옵니다.
메모를 하지 않아 어느 페이지 어느 부분에 나온다 라는걸 얘기할 순 없지만
'이런 사람은 생을 얻을 수 없어'
'이런걸 생이라고 할 수 없어'
이런 식의 얘기들만 많이는 아니지만 간간히 등장하죠

작가가 생각한 '생'이란 무엇일까...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어떠한 기준으로 이것은 '생'이 아니다 라는 식의 얘기를 했을까...

 

책에서의 '생'은 결코 희망차지 않으며 거짓말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이조차도 거짓이고 부모조차도 속입니다.
사람들은 진정한 '생'을 살고 있지 않으며 구속되어 있고
죽음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시간은 너무나 늙어서 가장 느리게 흘러가지만 가지고 있는 걸 모두 빼앗아 갑니다.
하밀 할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기억도, 로자 아줌마도...


도망치고 도망치지만 그리고 그렇게 끝나고 싶었지만
끝내 세상은 자기를 찾아낸다고 얘기하죠
그럼에도 모모는 비록 힘들었지만 사랑을 받았고
받은 만큼 모든걸 해주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마 이래서 사랑에 대해 얘기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에밀 아자르는 부인이 죽고 자식이 성년이 되었을 때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으로 완성했죠.


에밀 아자르가 말하고 싶었던 '생'이란
구애받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게 아닌 자기 스스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심지어 죽음조차도요

(책에서 로자아줌마는 병원을 죽는 걸 허락하지 않는 굉장히 안좋은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그리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염원을 들어주는
그런 삶이 바로 '생'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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